6편: 연금저축펀드와 연금저축보험, 50대에 리모델링해야 하는 이유
50대 서랍장이나 통장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젊었을 때 이런 것도 가입해 뒀었나?" 싶은 금융 상품이 하나쯤 나오기 마련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10년, 혹은 20년 전에 지인이나 은행 창구 권유로 가입해 둔 '연금저축보험'이다. 당시에는 세금을 아껴주고 나중에 노후 자금이 된다는 말에 매달 돈을 넣었지만, 막상 은퇴를 코앞에 두고 수익률을 조회해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원금은 겨우 지켰거나, 시중 정기예금보다도 못한 이자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지인도 15년 동안 꼬박꼬박 납입한 연금저축보험 고지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가는 무섭게 올랐는데, 보험사의 공시이율에 묶여 있던 연금 자산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방어전에 돌입해야 하는 50대에게 자산의 정체는 곧 손실을 의미한다. 이제는 해묵은 연금저축 구조를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연금저축펀드'로의 리모델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 무엇이 다를까?
두 상품은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겉보기에 같아 보이지만, 돈을 굴리는 알맹이(운용 방식)와 비용 구조는 완전히 딴판이다.
연금저축보험 주로 보험사에서 판매하며, 보험사가 정한 '공시이율'에 따라 이자가 붙는다. 원금이 보장되고 시중 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최저금리를 보장(최저보증이율)해 준다는 안정성이 매력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내가 낸 돈에서 사업비(수수료 및 관리비)를 미리 7~10%가량 먼저 떼고 남은 금액에만 이자를 굴린다. 이 때문에 가입 후 수년이 지나도 원금 회복이 더디고, 장기 수익률이 극히 저조할 수밖에 없다.
연금저축펀드 증권사에서 개설하며, 내가 낸 납입금으로 주식형·채권형 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를 직접 골라 투자한다. 사업비를 초기에 대량으로 떼지 않고 잔액에 대해 연 몇 % 수준의 운용 수수료만 부과되므로 원금 굴러가는 속도가 빠르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자산 배분을 할 수 있어 물가상승률을 방어하기에 유리하지만, 투자 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50대에 연금저축을 리모델링해야 하는 이유
젊은 시절에는 "원금만 안전하게 지키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보험을 유지했더라도, 50대에는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은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40년에 달한다. 이 긴 시간 동안 내 자산이 연 1~2%대 저금리에 묶여 있다면, 매년 오르는 짜장면 값과 버스 요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정부는 가입자가 불이익 없이 연금 자산을 이동할 수 있도록 '연금계좌 이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과거에 가입한 연금저축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그동안 모인 적립금 그대로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로 통째로 옮겨올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중도 해지에 따른 세금 폭탄(기타소득세 16.5%)을 전혀 맞지 않으면서도, 답답했던 보험 상품에서 언제든 투자 대상을 바꿀 수 있는 펀드 상품으로 옷을 갈아입힐 수 있다. 50대는 자산을 무작정 방치하기보다, 남은 은퇴 준비 기간 동안 자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실패 없는 연금 리모델링 실전 체크리스트
보험에서 펀드로 연금을 옮기기 전, 무턱대고 신청했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을 막기 위해 반드시 다음 3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구(舊)연금저축' 가입 여부 확인하기 : 만약 본인의 연금저축보험 가입 시기가 2001년 1월 이전이거나, 2013년 2월 이전인 경우 적용되는 세법 기준이 현재와 다르다. 특히 아주 오래된 연금보험 중에는 확정 고정금리로 연 5~7%를 보장해 주는 상품도 간혹 섞여 있다. 이런 연금은 지금의 초저금리 시대에 엄청난 효자 상품이므로 절대 깨거나 옮겨서는 안 된다. 반드시 공단이나 보험사를 통해 본인의 '가입일자'와 '적용 이율'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무리한 공격적 투자 지양하기 : 증권사 연금저축펀드로 이전을 완료했다면, 이제 돈을 어떻게 굴릴지 결정해야 한다. 이때 50대 은퇴 예정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조급함'이다. 그동안 못 올린 수익률을 한 번에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상품이나 특정 테마형 주식 ETF에 몰빵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은퇴가 가까울수록 변동성을 낮추는 전술이 필요하므로, 전 세계 주식과 채권에 알아서 자산을 분산해 주고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주는 TDF(타겟데이트펀드)나 자산배분형 ETF 위주로 안전망을 짜야 한다.
연금 수령 조건 비교 : 연금저축보험은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종신형(죽을 때까지 받는 방식)' 선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대부분 '확정기간형(예: 10년, 20년 동안 나누어 받는 방식)'으로만 수령이 가능하다. 자신이 은퇴 후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현금 흐름을 설계할 것인지 인생 계획을 먼저 세우고 이전을 확정 지어야 후회가 없다.
노후 준비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알아서 잘 굴러가겠지"라며 내 돈에 무관심한 것이다. 수십 년 전의 금융 환경과 지금의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은퇴 전 내 소중한 자산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시대와 내 나이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혀 주는 리모델링이야말로 영리한 노후 준비의 시작이다.
핵심 요약
연금저축보험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초기 사업비가 높고 공시이율에 묶여 장기적인 물가상승률 방어가 어렵다.
연금계좌 이전 제도를 활용하면 세금 불이익 없이 연금저축보험을 연금저축펀드로 이전하여 적극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하다.
다만 가입 시기가 아주 오래되어 높은 확정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유지가 유리하며, 이전 후에도 50대에 맞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TDF 등) 구성이 필수적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정비한 사적연금과 회사에서 나오는 퇴직금을 실제로 수령할 때, 일시금으로 받는 것과 연금으로 쪼개어 받는 것 중 세금 측면에서 어느 쪽이 수천만 원 이상 유리한지 그 절세 원리를 상세히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서랍 속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은 옛날 연금저축보험이 있으신가요? 현재 내 연금의 수익률이나 가입 시점을 확인해 보신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체크해 보시고 궁금한 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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